엄마가 7년이란 시간을 보내던 직장을 퇴직하셨다.
환갑이 지난 나이지만 워킹맘을 끝내고 다시 가정을 지키는 주부로 돌아오셨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소감을 여쭤보니
"이 나이에 나 다시 밥순이가 됐어. 삼시세끼 다 차릴 생각 하니까 너무 싫다"였다.
엄마는 2남 4녀 6남매 중 장남과 결혼하여 3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시부모님도 모시고 집안 살림도 하고 일까지 하는 슈퍼맘이었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시부모님 모시는 장남의 아내로 살았고 시부모님을 위해 삼시 세 끼를 매번 차리를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퇴직하기까지 10년은 일을 하느라 다른 일은 물론 그대로 다 하는 슈퍼맘 생활을 하였지만 점심 차리는 일에서만큼은 해방되어 조금은 맘이 편했는데 환갑이 넘어 다시 삼시세끼 차릴 생각을 하니 너무도 싫으셨나 보다.
퇴직하고 이제는 좀 쉬면서 내 몸 돌보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 삼시세끼 걱정을 먼저 하시는 모습을 보니 엄마가 너무 안쓰러웠다.
엄마는 퇴직하고 먹는 첫끼만큼은 차리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 식당에서 외식을 하고 싶어 하셨지만 코로나로 단념하시며 배달을 시키 자고 하셨다.
엄마가 원하는 메뉴를 골라보라고 하니 순대국밥을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시키려고 했던 순대국밥집은 아직 준비 중이었고 먹고 싶어 하던 순댓국집은 배달을 하지 않는 집이었다.
어쩔 수 없이 먹어 본 적 없는 생소한 곳으로 시켰다.
해장 요리 전문 임사부 순대국밥집이라는데 체인점이다.
메뉴는 순대국밥, 돼지국밥, 함박스테이크, 돈가스, 냉면, 만두, 숯불고기, 코다리 회무침 등 진짜 해장하기 좋은 메뉴들이랑 아이들도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순대국밥만 드시고 싶다 하여 순대국밥으로만 시켰다.
순대국밥은 매운맛 단계가 3가지가 있는데 순한 맛, 매운맛 1단계 (신라면), 매운맛 2단계 (불닭볶음면) 가있다.
기본적으로 부추, 파, 굵은 후추가 들어가 있어 매운맛이 조금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먹을 시 요청사항에 미리 빼주세요 혹은 따로 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면 빼고 조리해준다고 하신다.
토종순대와 머리 고기가 들어있고 다른 가족들 말로는 안에 내용물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국물은 맛도 진하고 양도 많다.
4개를 시켰는데 국물이 양이 많아서 어른 5명이 3개를 나눠먹고 아이들까지도 나눠주기에 충분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불닭 볶음 정도의 매운맛 2단계를 시켰는데 얼큰하긴 하지만 맵지는 않다더니 얼굴에 땀이 한가득이었다.
순댓국은 기본 간이 되어있기 때문에 먹어보고 기호에 따라 새우젓으로 간을 하면 된다.
곁들이로 온 고추는 매워 보이긴 했는데 청양고추인 줄 모르고 먹어서 너무 매웠다.
가위로 잘라서 순대국밥에 넣어 얼큰하게 먹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깍두기는 잘 익었는데 짜고 시다.
그래서 그냥 집에 있는 엄마표 김치를 먹었다.
백미가 아닌 흑미가 섞인 밥이다.
다른 곳에서 시켰을 때에 비해 밥그릇이 작아서 양이 적을 줄 알았는데 꽉꽉 눌러 담아져 있어 먹다 보니 전혀 적은 양이 아니었다.
8500원 더 주고 토종순대(200g) 따로 시켰다.
배달 착오로 순대가 안 와서 전화를 했더니 다시 가져다주셨다.
서비스로 사이다와 콜라도 같이 주셨다.
보통 이럴 때 환불해주는 곳들이 많아서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다시 가져다주셔서 좋았다.
토종 순대는 밑에 부추가 깔려있고 순대랑 같이 먹으면 맛있다.
부추도 질기지 않고 연해서 순대랑 같이 먹기 좋다.
순대도 간이 잘 되어있어 따로 소스를 안 찍어먹어도 맛있다.
남은 순대는 1개 남은 순댓국에 넣어 푸짐하게 먹었다.
엄마의 퇴직 후 첫 끼니로는 소박한 듯했지만 엄마가 맛있게 드셔주셔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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